유리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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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국엔 루쉰이 있었다. 그러나 루쉰은 하나의 전설로 남았고, 이제 중국 문학을 이해할 때 우리는 이 이름부터 떠올린다. 위화다.
위화 작가의 산문집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그가 베이징, 프랑크푸르트, 뉴욕, 서울 등 세계 곳곳에서 강연한 내용을 한 권으로 묶은 두툼한 책이다. 그의 날것 그대로의 육성이 문자로 기록된 이 책은, 수십 년 전 골방에서 창문도 열지 않고 줄담배를 피우던 한 작가 지망생이 진솔한 언어로 세계인의 마음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위화는 현실에서 문학이 갖는 위치를 먼저 사유한다.
현실이 하나의 '법정'이라면, 문학은 과연 어느 자리에 앉은 걸까?
위화에 따르면, 우선 문학은 피고석에도 원고석에도 자리하지 않는다. 문학은 현실을 재단하고 판정하는 판관 역시 아니고, 또 배심원단 중 판결에 영향을 끼치는 한 명이지도 않다.
위화는 현실의 법정에서 문학은 서기원의 자격을 획득한다고 봤다. "법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고 싶어 할 때는 서기원의 기록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서기원은 현재를 기록하지만, 그의 기록을 들추는 일은 언제나 미래의 일이다. 과거의 기록을 독자가 읽으면서 현실을 사후적으로 보게 된다는 뜻이다. 위화는 이 때문에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은 뉴스가 해야 하는 일이고, '미래'의 시점에서 '과거'를 응시하는 일은 문학만이 할 수 있다고 본다.
발표 당시 적잖은 논쟁의 대상이 됐던 작품들이, 훗날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지의 걸작을 상상해보자. 이 작품에는 현실의 법정에서 발생한 사건을 낱낱이 기록하려는 서기원의 의지가 개입된다. 이 작품이 동시대적으로 읽힐 때, 여기에는 그 시대에 통용됐던 기준이 작용한다.
하지만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들은, 이 작품이 집필될 당시의 같은 시대의 사람들은 이미 죽고 없다. "한 시대의 옳고 그름, 고마움과 원한도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걸작의 위상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위대한 정신을 기록한 책들은 그래서 당대의 독자나 비평가를 겨냥하지 않고, 후대의 독자나 비평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위화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학의 한 형태로 '넓은 문학'을 이야기한다. 문학은 우물 속의 인간이 하늘을 쳐다보게 만드는 강력한 언어다. 저 하늘은 삼라만상을 포괄할 만큼 넓은 크기다.
넓은 문학을 위해선 자신을 초극해야 한다. 위화는 습작생 시절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흠모해 그의 문학을 체화하고자 4년간 힘썼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한 작가의 스타일을 부단히 연구하면서 오히려 자신에게 제약이 됐다고 느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더 이상 날개가 아니라 함정이었다"고 생각한 그는 가와바탸 야스나리를 버렸다. 함정을 하나씩 넘음으로써 그는 지금의 위화로 거듭났다.
양자역학에서의 간섭계.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다. 간섭계는 중첩파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신호를 증폭시켜 원하는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의 간섭 현상이란 빛의 파동성으로 인해 빛의 세기가 강해지거나 혹은 약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여러 망원경으로 들어오는 빛을 모아 높은 분해능을 구현하는 고성능 망원경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벌써 설명이 복잡해지는 것 같다.
신간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는 채드 오젤 미국 스키넥터디의 유니온칼리지 물리학과 교수가 수식 없이 누구나 쉽게 양자역학을 이해할 click here 수 있도록 쓴 책이다. 화학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 전문 커뮤니케이터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책은 영의 이중슬릿 실험부터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 양자 얽힘까지 현대 물리학의 핵심을 관통하는 10가지 키워드를 직관적인 비유와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동원해 설명한다.
양자역학은 분자와 원자, 기본 입자 등 물리계의 아주 작은 입자들을 연구하는 물리학 분야다. 또는 아원자 입자 및 입자 집단을 다루는 현대 물리학의 기초 이론이다. 최근 양자역학은 이론을 넘어 실생활에 적용한 기술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양자역학이 미래 기술 패권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양자역학 원리를 통신 기술에 응용한 양자암호통신이다. 책의 제목처럼 책 속에는 강아지(개)를 등장시킨 재미있는 비유가 자주 등장한다. 또 다른 예로 저자는 '양자 터널링 현상'을 개가 울타리를 뚫고 지나가는 대신 순간적으로 울타리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양자 터널링 현상은 양자 역학에서 원자핵을 구성하는 핵자가 그것을 묶어 놓은 핵력을 이겨낼 수 있는 수준보다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도 확률적으로 원자 밖으로 튀어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개의 입장에서는 '땅을 파고들어 갈 필요가 없는 뼈 찾기'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스토리를 읽듯 책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아는 것을 넘어 과학적 사고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